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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눈으로 동양 고전 읽기-1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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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눈으로 동양 고전 읽기-1

저에게 동양 고전은 학문의 의미를 넘어 내면의 신앙 성숙에도 큰 의미를 주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이어온 그리스도교 신앙이 ‘형식적이고 겉도는 신앙’에 머무르다 동양 고전을 통해 ‘실천적 신앙,
나를 변화시켜 주는 신앙’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변화되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변화를 위한 ‘방향 전환’을 이루었고
일상의 삶 안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저의 실제 경험과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도 신앙의 의미를 성찰하고 실천하는 데 동 양 고전 읽기를 활용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하느님의 진리는 보편적입니다.
성경과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과 문화 안에서도 우리는 하느님의 진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신앙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세상의 모든 것 안에 깃든 하느님의 진리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동양 고전도 예외가 아닙니다. 단순히 오래된 책을 고전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삶의 환경이 달라져도 여전히 인간과 세상의 진리를 전하는 책이 바로 고전입니다.
시대와 지역을 넘어 세상과 인간이 따라야 할 마땅한 가르침이라는 점 에서 고전은 하느님의 진리와 연결됩니다.

초월적 진리

초월적 진리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는 ‘마땅함’과 ‘불변의 진리’로서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역설적 진리’로서 의 미입니다.
초월적 진리는 현실 삶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르 고 있는 가치와 ‘전혀 다른’ 가치를 제시합니다.
신앙인은 세속 적 가치와 질서에 따르는 삶을 살다가 초월적 진리를 발견한 후에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와 질서의 삶을 추구하게 됩니다.
세속적 기준과 전혀 다른 초월적 기준으로 전환할 때 가 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일까요?

자기 비움

초월적 진리를 깨닫는 핵심은 바로 자기중심성의 해체입니다.
사실 나의 삶을 힘들게 하고 나에게 상처를 주는 가장 근원적 인 원인은 세상도 남도 아닌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의 주관성, 고집, 편견, 집착이 끊임없이 세상과 충돌을 일으키며
모든 일 과 상황을 나 중심적으로 유리하게 몰아가려 하면서 여러 갈등 을 초래합니다.
공자(孔子)는 이러한 ‘나’로부터 벗어나는 것, 자기중심성을 해체하라고 가르칩니다.
온전히 ‘나’를 비움으로써 세상과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대하는 삶을 제시합니다.
공자가 자신의 학문 여정을 돌아보며 이야기한 “예순에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가 되었다(六十而耳順)”는
말에서 그 의미를 새겨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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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耳順)’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귀가 순해졌다’는 뜻이 지만
좀 더 속뜻을 음미해보면 ‘들리는 대로 듣게 되었다’는 의 미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주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진정 ‘나’를 비웠을 때 가능합니다.
세상과 주변 사람들을 나 중심적으로 판단하고 걸러내지 않고 있는 그 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 오지섭. 종교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