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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좋은 리더

상담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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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좋은 리더

대학교 동창인 H는 현재 연구소 소장으로서 여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유능한 친구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H는 무척 똑똑 하고, 친절하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H는 깊은 한숨과 함께 요즘 아이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가버리고, 성과가 나지 않아도 속상해 하는 기색조차 없으며, 자신의 업무조차 남 일처럼 무심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참고 참던 어느 날, 결국 회의 중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팀 장이 대표에게 찾아가 "소장님 때문에 힘들어 더 이상 회사 생 활을 할 수 없다"며 퇴사를 선언했고, 비록 상황은 수습은 되었지만 H는 그 일로 몹시 괴롭다고 했습니다.

이를 단순히 MZ세대의 특징이나 세대 차이 혹은 책임감 부족 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알고 보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 라고 말해보지 그랬어?’라는 제 물음에 H는 씁쓸한 표정으로 ‘그들이 뭐 그런 걸 믿겠어?’라고 답했습니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탁월하해도 그것이 쌓여 좋은 리더가 되 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욱이 업무 안에 서 관계라는 것은 노력만으로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에, 그 친구에게는 더욱 버거운 과제였을지도 모릅니다.

딱히 상담을 위해 만난 자리는 아니었지만 힘들어 했던 그친구 의 모습이 오래도록 잔상이 남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이렇게 글을 전했습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논 문의 일부이기도 했고,언제나 우리의 관심사이자 때로는 모든 힘듦의 원인이기도 한 ‘관계’에 관해 철학점 관점에서 풀어놓은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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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데스먼드는

"인간의 자유는 타자를 일의적으로 규정하는 자유이기 때문에 존재의 고유 가치는 상실된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를 다시 생 각해야 한다.“ 고 말합니다.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의 뜻을 친구에게 천천히 풀어 전했습니다.

1. "인간의 자유는 타자를 일의적으로 규정하는 자유이다"

여기서 일의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하 나의 의미나 기준으로만 바라보고 고정시킨다는 뜻입니다. 예 를 들어, 꽃은 "생산성 없는 장식"으로, 타인은 "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처럼 인간은 자유라는 이름 아래 타 인과 사물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 비판하려는 경향이 있습 니다. 데스먼드는 이런 자유를 일방적이고 지배적인 자유라고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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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존재의 고유 가치는 상실된다"

이런 태도 속에서 꽃은 더 이상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존재가 아 니라 단지 보기 좋거나 필요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타인 역시 소중한 존재가 아닌 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됩니다. 결국 그들 고유의 소중한 의미와 가치는 잃어버리게 됩니다.

3. "우리는 자유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자유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규정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자율성 중심의 자유였지만 데스먼드는 이것만으로는 타자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 는 타인에게 열려 있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존중 하는 자유, 즉 관계 안에서의 자유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합 니다.

이렇게 다소 어렵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전한 것은, 단순한 위 로나 뻔한 말로는 똑똑하고 이성적인 친구에게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일은 복잡해 보이지만 의외로 단순하기도 합니다. 물론 일 과 조직 안에서 이런 이상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 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서로 를 새롭게 바라보려는 노력만으로도 관계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이네. 고마워, 노력해볼게. 좋은 하루 보내구."

친구는 이렇게 답을 주었습니다. 노력해본다는 말이 새삼 고마 웠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관계 안에서 더 나은 자유를 배 워가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에 정답은 없습니다. 상황에 맞게 통찰 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끊임없이 배우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리더의 길일 것입니 다.

- 위더스 상담코칭 연구소